프롤로그
- 당신의 눈물은 안녕하십니까?
오래 전에 TV에서 '신이 주신 묘약. 눈물치료''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주경야독으로 심리상담을 공부하던 때라 아주 감명깊게 봤어요. 그래서 영상을 찾아서 간단하게 편집해서 실제 상담기법교육 에 적용한 것이 있습니다.
그때 영상을 본 학생들에게 눈물치료에 대해 질문 한 적이 있었는데 여성들은 금방 울 수 있을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데 비해 남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자들이 쉽게 울지 않은 것은 무엇때문일까? 아마 어릴때 부모님께서 사내는 눈물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교육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아플 때도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과 감정을 억누르도록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종종 눈물을 참는 것이 미덕인 양 살아갑니다.
특히 슬픔이나 고통 앞에서 눈물을 숨기려 애쓰죠. 그런데 부모님 장례식 때, 서럽게 눈물을 흘리며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분과 그렇지 못한 분의 마음 상태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컷 눈물을 쏟아낸 분은 큰 슬픔 속에서도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삶을 살아갈 힘을 얻지만, 눈물을 참거나 제대로 흘리지 못한 분은 슬픔이 응어리져 오랫동안 힘들어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눈물의 치유력에 주목하는 '눈물 심리치료' 프로그램이나 캠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체 눈물에는 어떤 의미가 있고,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하는 걸까요?
사례(事例)
- 장례식장에서의 눈물, 슬픔을 흘려보내는 의식
부모님과의 이별은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 중 하나일 것입니다. 부모님 장례식장 풍경은 눈물이 가진 치유의 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입니다. 슬픔을 참지 않고 목 놓아 우는 자녀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먹먹하게 합니다.
이때 흘리는 눈물은 단순히 슬픔의 표현을 넘어섭니다. 함께했던 추억, 받기만 했던 사랑, 미처 다하지 못한 효도에 대한 후회 등 복잡하고 격렬한 감정들이 눈물과 함께 쏟아져 나옵니다. 오열하고 나면 몸은 지치지만, 마음 깊은 곳에 맺혔던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을 느낍니다. 반면, 주변 시선 때문에, 혹은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애써 눈물을 참는 분들도 있습니다.
슬픔은 가슴속에 그대로 남아 억압되고, 시간이 지나도 해소되지 못한 채 다른 심리적, 신체적 어려움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장례식장에서의 눈물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고통스러운 과정의 일부이자, 슬픔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치유 과정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분석(分析)
눈물의 과학, 몸과 마음을 정화하다.
심리학적으로 눈물은 단순히 감정의 부산물이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치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매우 중요한 메커니즘입니다. 특히 감정적인 눈물(슬픔, 기쁨, 분노 등으로 흘리는 눈물)은 물리적인 자극으로 흘리는 눈물과는 성분이 다릅니다.
감정적인 눈물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비롯하여 여러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즉, 눈물은 스트레스나 고통으로 인해 쌓인 해로운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정화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눈물은 천연 진통제 역할을 하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여 고통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슬플 때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생화학적 작용 때문입니다.
심리적으로는 눈물을 통해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고, 내면의 고통을 표현하며,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되며, 이는 심리적인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장례식장에서의 눈물이 치유적인 이유는, 그 눈물이 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표현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함의(含意)
- 감정 억압의 시대, 눈물이 필요한 이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약함으로 여기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눈물을 억지로 참습니다. "울지 마", "뚝 그쳐", "힘내"라는 말 속에서 우리는 슬픔이나 고통을 숨기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억압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쌓여 우울증, 불안증, 신체적인 통증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
눈물 심리치료는 이러한 감정 억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눈물이 가진 자연적인 치유력을 활용하자는 접근 방식입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일이 아니라, 건강한 감정 표현이자 적극적인 자기 치유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도록 돕습니다. 이는 비단 큰 슬픔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쌓이는 스트레스, 분노, 좌절감 등을 해소하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눈물 치료 프로그램이나 캠프가 인기를 얻는 것은, 많은 현대인들이 감정 표현의 중요성을 깨닫고 억눌린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실천하기
- 당신의 눈물에게 말 걸어주세요
눈물의 치유력을 믿고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돌보는 5가지 실천 덕목을 제안합니다.
01)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인정하세요.
슬픔, 분노, 좌절감 등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그 감정을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감정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눈물 흘릴 공간과 용기가 생겨납니다.
02)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을 찾아 눈물을 허용하세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울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집, 차 안 등)이나, 당신을 지지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가족, 친구, 상담사)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03) 울고 싶을 때 억지로 참지 말고 눈물에게 시간을 주세요.
울음이 터져 나오려 할 때 애써 막거나 다른 생각으로 돌리려 하지 마세요. 지금 당신의 몸과 마음이 눈물을 통해 무언가를 해소하려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눈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자신에게 시간을 내어주세요.
04) 눈물을 흘리는 과정을 관찰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기록하세요.
눈물 흘리는 동안 어떤 감정이 떠오르는지, 몸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차려 보세요. 울고 난 후에 마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일기나 메모로 남기는 것은 감정 해소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05) 울고 난 후에는 스스로를 다독이고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세요.
눈물을 흘린 후에는 지치고 힘들 수 있습니다.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가볍게 산책하는 등 스스로에게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해주세요. 필요한 경우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마음을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에필로그
- 눈물은 약함이 아닌 강함의 표현입니다
빅터 플랭클 박사님의 의미치료가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 정신의 강인함을 보여주었듯이, 눈물 심리치료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스스로를 치유하고 회복하려는 우리 내면의 힘을 믿습니다. 눈물은 결코 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삶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려는 용기와 강함의 표현입니다.
당신의 눈물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마세요. 당신의 눈물은 당신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치유를 시작하며, 더 단단한 당신으로 나아가게 돕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혹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나 고통으로 인해 눈물조차 나오지 않거나,
눈물로도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주저하지 말고 심리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를 권합니다. 당신의 마음은 돌봄받을 자격이 있으며, 눈물은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